조선일보에 연재된 이동진 평론가의 시네마레터 중 필사할만한 것을 모았습니다. 힘을 주는 글도, 조금 울적해지는 글도 있으니 오늘의 기분에 맞게 골라 필사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불행과 맞서는 인간의지 / 이동진
평생 짊어져야 할 불행이 정해져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 매 맞아서 이 다음에 맞지 않을 수 있다면 아픔은 건강한 통과의례가 될겁니다. 하지만 인간은 뱀처럼 미리 먹이를 챙겨먹고 동면으로 겨울을 날순 없습니다. 메마른 사막을 건너려고 낙타처럼 쌍봉 속에 지방을 축적해 둘 수도 없지요.
'탱고레슨'의 가지않은 길 / 이동진
하지만 이 영화는 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갈린 순간으로 되돌아가 저쪽 길에 들어서는 게 최선이 아님을 말합니다. 격렬히 다투던 두사람이 사랑과 행복을 되찾는 것은 잊었던 꿈을 실현할 때가 아니라, 각자 자리에 성실하게 남아있을 때이니까요. "당신은 나, 나는 당신"이라는 샐리 노래말은 부버의 '나와 너'를 슬쩍 끌어들이며 가지 않은 길과 걸어온 길이 결코 둘이 아님을 암시합니다.
'일상서의 탈출'을 꿈꾼다 / 이동진
도피엔 목적지가 없습니다. 그저 항상 '어딘가'를 향할 뿐입니다. 도피는 근본적으로 '지금 이곳'을 부정하는 데서 비롯하지요. 도피에서 목적지가 중요하지 않은 이유는 '지금 이곳'이 아니라면 어느 장소 어느 시간이라도 상관없기 때문입니다.
절망의 끝에서 싹트는 희망 / 이동진
그러나 가장 깊은 늪 바닥을 치는 듯한 이 장면엔 강렬한 희망이 숨어 있습니다. 그 희망은 바로 '함께'라는 부사에 있지요. "깨닫기 전엔 고통이 그치지 않을 것"이란 가사는 역설적으로 "깨달으면 고통이 줄어들 것"을 암시합니다. 그때 깨달음이란, 참을 수 없는 아픔을 겪는 이가 혼자만이 아니란 사실이지요. 삶의 파국에서 비를 맞으며 절망적 가사를 읊조리더라도, 그 순간 '같이' 그 노래를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희망은 아직 남아있는 게 아닐까요.
엑스맨 - 상처주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요? / 이동진
얼마나 많은 사랑이 피하고 싶었던 단 하나의 벼랑길로 들어서고 마는 걸까요. 얼마나 많은 선의가 의도와 달리 울퉁불퉁한 삶의 굴곡으로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걸까요. 왜 우린 온갖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결국 찾아오는 관계의 파탄 앞에서 '슬픈 예감의 정확성'만을 재확인하는 걸까요. 아니, 사랑이든 무엇이든 진실한 마음을 남에게 상처주지 않고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한 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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