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필사 칼럼을 모았습니다. 이어령 선생의 인터뷰 두 편은 필사하지 않으시더라도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런 말 듣고자 한 말이 아니다 / 오찬호
하지만 무엇에 꽂힌 이들은 시야를 사람으로 넓히지 않는다. 자기 관심사와 비슷한 결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그것만을 붙들고 대화의 맥락을 완전히 엎어버리는 무례를 일삼지만 본인은 그게 문제인 줄 모른다. 서운하다고 한들,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며 정색한다.
교육은 마라톤이다 / 현병호
피를 말리는 경쟁이 아니라도 승부에 집착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초조해지면서 몸의 컨디션이 나빠지기 마련이다. 평정심을 잃으면 있는 기량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운동장에서 또 연병장에서 선착순 달리기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기분 좋게 한 시간을 달리는 것보다 선착순 달리기 5분이 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는 것을. 사실상 선착순은 집단을 통제하는 효율적인 방편일 따름이다.
이어령 마지막 인터뷰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탄생의 신비를 배웠네" / 김지수
인간은 내 의지로 세상에 나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래서 안 태어나는 게 행복했다, 어쩔 수 없이 태어났으니 빨리 사라지는 게 낫겠다, 이렇게 반출생주의적인 사고를 하는 건 무의미해. 제일 쉬운 게 부정이에요. 긍정이 어렵죠.
나야말로 젊을 때 저항의 문학이다, 우상의 파괴다, 해서 부수고 무너뜨리는 데 힘을 썼어요. 그런데 지금 죽음 앞에서 생명을 생각하고 텅 빈 우주를 관찰하면, 다 부정해도 현재 내가 살아 있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어요. 숨을 쉬고 구름을 본다는 건 놀라운 일이에요.
“선한 인간이 이긴다는 것, 믿으라” 이어령, 넥스트 / 김지수
내가 오늘 밤 깨어 이걸 펼치지 않았으면 영원히 만나지 못했을 문장… 그게 환희죠. 그게 독서예요. 기차간에서 우연히 만난 사랑처럼, 운명이고 우연이죠. 난 책을 읽지 않아도 책을 보면 설레요. 저 속에 뭐가 있을까, 언젠가 만나면 운명적인 글을 쓰게 되겠지. 그래서 소가 풀을 뜯듯 자유롭게 책을 읽으라는 거예요.
거북이의 이빨이 자라는 시간 / 문정희
고립의 시간은 불편하고 불행한 것이지만 밖으로 향한 시선을 내면으로 되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만 뜨면 쏟아져 들어오는 각종 네트워크와 과잉정보 속에서 멋모르고 걸친 누더기들을 한 겹 한 겹 아프게 벗겨내도 좋을 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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