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작가의 글 중에서 필사하기 좋은 글을 모아봤습니다. 즐거운 필사 되세요!
먼저 울거나 웃지 않고 말하기 / 이슬아
나는 치유를 위해 글을 쓰지 않지만 글쓰기에는 분명 치유의 힘이 있다. 스스로를 멀리서 보는 연습이기 때문이다.
그 연습을 계속한 사람들은 자신을 지나치게 불쌍히 여기거나 지나치게 어여삐 여기지 않는 채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 더 잘 초대하기 위해, 더 잘 연결되기 위해 작가들은 자기 이야기를 여러 번 다르게 말해보고 써본다. 먼저 울거나 웃지 않을 수 있게 될 때까지.
재능과 반복 / 이슬아
생각해보면 십 년 전의 글쓰기 수업에서도 그랬다. 잘 쓰는 애도 매번 잘 쓰지는 않았다. 잘 못 쓰는 애도 매번 잘 못 쓰지는 않았다. 다들 잘 썼다 잘 못 썼다를 반복하면서 수업에 나왔다. 꾸준히 출석하는 애는 어김없이 실력이 늘었다. 계속 쓰는데 나아지지 않는 애는 없었다.
모두의 존엄을 위한 차별금지법 / 이슬아
누구나 삶의 어떤 순간에는 반드시 소수자가 된다. 어쩌면 생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젊거나 늙거나 어리다. 우리는 여자이거나 남자이거나 또 다른 성별일 수 있다. (…) 우리는 모두 어떤 신체를 가졌다. 우리들 중 누군가는 장애인이며, 장애인이 아닌 누군가도 언제든 장애를 갖게 될 수 있다. 또한 언제든 다치거나 아플 수 있다. 우리는 혼자 살거나 누군가와 함께 산다.
접속사 없이 말하는 사랑 / 이슬아
글을 다 쓰고 나면 처음부터 훑어보며 접속사를 지우는 연습을 한다. ‘그런데’ ‘그래서’ ‘그리고’ ‘따라서’와 같은 말들을 최대한 덜어낸다. 접속사는 문장과 문장 사이의 뉘앙스를 결정해버리기 때문이다. 두 문장의 관계를 섣불리 확정하고 싶지 않을 때마다 나는 그 사이의 접속사를 뺀다. 두 문장들의 상호작용을 촘촘하게 설계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지만 어떤 행간은 비워둘수록 더욱 정확해진다.
길을 걸었지 누군가 곁에 있다고 / 이슬아
연애가 끝나서 자꾸 눈물이 났던 작년 어느 날에 남동생이 내게 말했다.
누나, 슬플 땐 많이 걸어. 그럼 길 여기저기에 슬픔을 두고 올 수 있거든.
나는 원래 많이 걷는 사람이었지만 그날 이후 더 많이 걸었다. 많이 슬픈 날엔 뛰기도 했다. 그러다가 결국 매일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달리러 나갔다. 장마철에도 쉬기 싫어서 방수 재질의 러닝복을 입고 현관문을 나섰다. 수압이 너무 센 샤워기 밑에서 달리는 느낌이었다. 다음날 몸살을 앓으며 비 오는 날엔 뛰지 않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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